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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photo 에세이(essay)

사방이 뻥 트인 곳에 오르고 싶었다.

머리가 복잡해서인지 왠지 사방이 뻥 트인 곳에 오르고 싶었다.
"죽으러 가냐?"
북한산에 가쟀더니 한 친구녀석이 한다는 소리다. -_   -;;;

북한산(삼각산)에 새벽에 올라 해 뜨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새벽2시까지 계란 삶고 카메라장비 챙기고 짐을 꾸렸다.
새벽 네시가 되어 알람이 울려서 밖을 보니 무척 흐리다.
비가 올 것 같아 다시 눈을 붙였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아무래도 그 산엘 올라야겠다.
주섬주섬 등산복을 챙겨 입고 베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수유역에서 내려 120번을 타니 도선사입구 주차장까지 간다.
마침 도선사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사람들을 태우러 왔다.



백운대까지 최 단거리 코스로 백운대 매표소에서 1시간 30분거리랜다.



백운산장까지 쉬지 않고 올랐다. 나 같은 DSLR카메라를 들고 온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띄었다.
싸온 찹살떡, 육포, 삶은달걀을 먹었다.
왜 몰랐을까? 백운산장에서 라면을 끓여 판다는 것을.. ㅠㅠ
달걀이 눈물에 얼룩질뻔했다.
'다음에 기필코 다시 오리!'

저 아저씨 코 파는건가? 나름 비밀스런 순간을... 죄송합니다. -_  -;;;


이녀석 이모인지 옆집 아주머닌지 DSLR로 계속 사진을 찍어주는데 저렇게 피해다녔다.



오르는 동안도 무언가 고민하고 해결하려해도 아무런 생각이 안들더니, 막상 정상에 올라서도 마찬가지다.


맞은편 인수봉에서 밧줄에 목숨 건 아저씨들이 눈에 들어온다. 윗 사진에 보면 파리응가만한 점 두개 보이는가?

저 아저씨 저기서 울고 계신 것 같다
.


어서 집에 가고 싶었지만, 올라 온 길로 내려가기가 싫어서 4.2키로 가는 산성매표소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회사에서 산에 갈때와는 다르게 천천히 올랐고 천천히 내려갔다.
내려갈때도 아무런 생각이 안든다.

다람쥐다.
지하철을 타고 올때 딸애와 통화를 하는데, 산에 호랑이가 사냐고 물었다.
다람쥐는 산단다.


싸왔던 사과와 귤을 까먹었다. 오이가 남았다.  -_   -;;;

산에서 하산길에 물을 만나면 어느덧 신은 신발부터 벗어버리는 습관이 생겼다.
겨울에는 이러면 안될텐데..



올해도 가을은 작년처럼 어김없이 그자리에 내려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