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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샐러리맨 이야기

인연 - 08

한 모금 남은 커피캔을 들고 자리로 돌아 왔다.

책상에 티슈를 한 장 꺼내 접어서 깔고 캔을 내려놓았다.

버릇처럼 옆자리를 힐끗 보고 의자에 앉으려는데, 며칠간 옆자리에 있던 책이 보이지 않았다.

슬몃 화가 났다. 며칠간 나름 신경써서 주시하던 그녀였다.

급히 열람실로 가서 도서검색을 해보았다. [.... 대출중]

허탈한 걸음으로 자리로 돌아왔다.

옆자리에 있는 책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흔히 보는 영어책들과 사전이 있다.

'모 하는 인간이야!'

주위를 둘러봤다.

멀뚱멀뚱 눈 앞 30cm에 시선이 고정되어 다른 생각 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

안되겠다 생각이 들어서 가방에 쓸어 담듯 책을 넣고 일어섰다.

도서관 밖에는 한여름 뜨거운 태양이 딱 사람 콧구멍 높이만큼 공기를 뜨겁게 데워놓았다.

옆자리 그 인간이 기분 나쁜 시선으로 쳐다보고 지나간다.



"다리가 왜 그러냐?"

"농구 하다가 다쳤어..요"

"커피 한 잔 할래?"

"네.."

외삼촌의 호출로 1년 반만에 다시 찾은 학교다.

"어머니가 걱정이 많으시더라."

"..." 이럴때가 성공한 사람들 앞에서 가장 자신이 없어지는 순간이다.

김이 오르는 종이컵 앞에 명함을 내려 놓으셨다.

[한강무역 CEO 나한강]

"선배가 운영하는 무역회사인데 특별히 부탁했으니까 연락하고 찾아가봐"

"고맙습.."

"똑!똑!"

랩실로 향하던 지연은 교수님 방 앞을 지나가다 [재중]이란 표시를 보고 문을 두드렸다.

"네!"

역시 문 안쪽에서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지연이구나!"

"시골 내려가셨다고 들었는데 계신 거 같아서 혹시나 하고 들렀어요."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낯 선 남자가 풀죽은 자세로 돌아 앉아 있다.

병수는 지금이다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외삼촌 갈께요."

명함을 지갑에 꽂아 넣고, 탁자에 올려두었던 책을 집어 들었다.

그 힘 들어간 손가락 끝에 지연이 며칠간 보초를 서듯 지켜보던 그 책이 있었다.


병수는 고개를 숙이고 방금 들어온 여자 옆을 지나쳤다.

습관처럼 우물거렸다.

'60점'



지연은 교수님께 간단한 인사를 하고 서둘러 나왔다.

복도 끝 저만치에 그 남자가 절룩이며 계단을 내려서고 있다.

4분 전부터 스무 걸음 뒤에서 숨죽여 따라 걷고 있다.

막상 어떻게 말을 하고 책을 빌려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다.


누군가 자꾸 따라오는 느낌이다.

절룩 거리며 걷는 걸음걸이를 4분동안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뒤 돌아 보았다.

한 여자가 급히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다.

교수동에서 정문까지 가는 길에 그 여자 외엔 아무도 없다.

'뭐 하자는 거야? 저 여자! 너무 티 나잖아!'

병수는 그 여자에게로 돌아 섰다.


남자가 돌아봤다.

'어떻게 알았지?'

남자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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