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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샐러리맨 이야기

인연 - 02

영태는 어느새 다 마셔버린 캔을 쪽쪽 빨고 있다.

"들어가서 공부나 하자!"

병수가 건너편 휴지통에 빈 캔을 던지며 휴게실을 먼저 나갔다.

영태는 답답한 마음에 의자를 두 손으로 짚으며 일어선다.

"그래! 들어가서 책이나 보자"

"슛~!"

"탁! 툭!"

'아이씨..'

일부러 문까지 걸어가서 캔을 던져보았지만, 휴지통 테두리에 맞고 떨어졌다.

병수는 조심조심 가방을 열고 책을 꺼내 놓았다.

'성격과 직업의 상관관계'

지난주에 2주 기한으로 빌린 책이다.

병수는 한냥대학교 아시아와유럽및아메리카역사문화학과를 4.5점 만점에 3.9점이라는 성적으로 졸업했다.

나름대로 우수한 성적이지만, 웬만한 기업에서 '어서 오세요'하고 받아 줄 만한 인기학과는 아니다.

아직 도서관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성적 하나만 믿고, 막연히 적당한 기업에 입사하고자 TOEIC 공부를 중점으로 열심히 해왔다.

지난주 토요일 오후 어문학 서가에서 책을 고르던 중이었다.

우연히 구석에 거꾸로 꽂혀있는 이녀석을 발견했다.

누군가 잘못 꽂아 놓은 듯 했다.

"성격과 직업의 상관관계?"

'자신의 직업에 어울리는 성격과 그렇지 못한 성격'으로 시작하는 글귀에 호기심이 생겨 도서대출을 신청했다.


"알아봤어?"

강의실에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민지에게 묻는다.

"다른 학교 도서관하고 국회도서관까지 찾아 봤는데, 그 책은 없어"

"참고할 만한 다른 책은 없어?"

민지가 묻는다.

"꼭 그런 건 아닌데... 아무튼 그 책을 꼭 한 번 봐야 할 것 같아."

준비중인 논문에 참고할 만한 조사자료가 꼭 들어 있을 것 같았다.

"교수님은 계셔?"

손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지연이 묻는다.

"아니, 시골댁이 비피해를 많이 입으셨대나? 일주일 정도 고향에 다녀오신다고 내려가셨어."

민지는 그녀의 사교성 있고 편안한 성격때문인지, 주위의 많은 일상을 꿰고 있다.

"강의실은 너무 덥지 않니?"

"가만히 있으면 참을만 해"

민지가 더운 날씨에 자리 옮기기 귀찮다는 듯 대꾸한다.

"그래도 땀이 계속 나는데.."

지연은 바닥에서 찰랑대는 '아침부터 녹차'가 아쉽다.

"깡!"

멀리서 야구부의 공 치는 소리가 햇볕을 가르고 들린다.

학생들이 비운 교정엔 한 떼의 매미들이 소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