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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샐러리맨 이야기

인연 - 09

"혹..시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걸음을 멈춘 병수가 언짢은 듯 물었다.

"아.. 아니에요."

"절 따라오시는 것 같아서... 아니면 쏘리요."

"저! 잠시만요."

돌아서는 병수를 불러세웠다.

"실은.. 들고 있는 그 책.."

"그 책 어디서 구입하셨어요?"

들고 있는 책에 시선이 따라갔다.

"산건 아니고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건데.. 왜요?"

'아!' 순간 구립 옆자리 기분 나쁜 남자와 함께 절룩이며 휴게실을 나가던 남자가 떠올랐다.

"저..."

"네?"

"이 학교 학생이세요?"

"아니요. 전에 학생이었죠. 왜 묻죠?"

"아니.. 아니에요."

"-_  -;; 그럼 전 이만."

병수는 땀에 젖어 달라 붙은 청바지를 손으로 잡아 털고 뒤 돌아 학교길을 걸어 나왔다.

'아! ㅎㅎㅎ 그 여자였네!'

돌아 오는 지하철에서 그 손자국 났던 옆자리 여자가 떠올랐다.

지연은 매미 울음이 뒤섞인 열기 사이로 사라지는 남자를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다시 구립으로 향했다.

병수는 꿀꿀해진 기분을 달랠 겸 영태를 만나러 왔다.

"드드드드득... 드드드드득..."

'자식 전화 안받고 뭐하는 거야...?'

가방이 축 늘어지게 걸린 의자는 삐딱하게 나와 있다.

'또 농구 하러 간거냐?'

도서관을 나오면 쓰러질 듯 낡은 농구골대 한개가 온 힘을 다해 버티고 섰다.

"영태야!"

"왔냐? 잠시만! 3점 남았어."

영태가 빠른 놀림으로 공을 튀기며 힐 끗 목소리를 던진다.

아이스크림이 녹아 말라있는 벤치 한 켠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한나절 달아오른 지열이 송글송글 굵은 땀방울을 그새 뽑아 내린다.

"쏴아~"

수도꼭지가 부러져라 물을 틀고 머리를 식힌 영태가 땀에 절은 면티의 아랫단을 잡아 얼굴을 훔쳤다.

"왠 일이야? 이 시간에.."

"나, 시험 준비 그만하고 취직할까봐.."

"ㅋㅋ 집에서 더 못 버티겠냐?"

"아니.. 그 것보다.."

"오늘 삼촌 만나고 왔는데..."

"음.. 그래? 잘 됐네.. 맥주나 한 잔 하러 가자!"

"잠깐 나 책좀 반납하고 올께.."

"야, 들어가는 김에 내 가방도 갖고 나와라."

병수의 자리에 낮에 학교에서 보았던 여자가 앉아있다.

"거기... 제 자린데요?"

"알아요."

"---;;; 정말 저한테 무슨 볼 일 있어요?"

"실은 그 책에요."

"이 책요? 이 책 지금 반납 하려던 참인데요.. 왜 그러시죠?"

"아 그래요? 제가 좀 필요해서 빌려 보려했어요. 반납 하신다니 잘 됐네요."

"아, 네.. 그럼 제가 반납할테니 빌려가시면 되겠네요. 가시죠!"

병수는 지연과 함께 어색한 시간을 걸어 책을 주고 받았다.

지연은 짧은 목례와 함께 계단을 돌아 내려갔다.

영태가 서 있는 정문 앞으로 그 녀가 스쳐 갔다.

그 녀가 돌아간 담벼락을 모퉁이를 보는 동안 병수가 가방을 들고 나왔다.

"뭘 그렇게 보냐?"

"어? 아냐! 가자~ 이게 얼마만이냐? ㅋ"

도서관을 한참 걸어나온 끝에는 간혹 사람이 걸어와 무언가를 기다리고 커다란 네모상자를 타고 내리는 버스 정류장과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을 이름의 편의점이 있다.

둘은 가끔 그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편의점에 들러 목을 축이곤 했다.

병수는 캔 맥주 네개를 집어 들었다.

이미 그 둘이 엉덩이를 비벼 영역표시를 해 둔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캔을 땄다.

귀뚜라미와 풀벌레가 세상을 장악한 이 시간에도 여름은 더웠다.

목줄기를 타고 내리는 맥주와 함께 땀방울이 흘렀다.

"뭐 하는 회사야?"

"무슨 무역회사라던데.. 잘나가는 회사라곤 하는데.. 비젼은 모르겠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언제부터 나오래냐?"

"아직 면접도 안봤어. 모레 면접 보러 가야돼."

"에혀... 너 가면 누구랑 농구하냐? ㅋㅋ"

"암튼 잘 되길 바란다."

"그래. 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