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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샐러리맨 이야기

사랑 - 11

8시가 가까워지도록 조부장이 퇴근을 안하고 있다.

지난주 중국에서 수입해온 원자제가 아직 세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신고했던 수입물량보다 컨테이너 한개분량의 물량을 더 들여왔는데, 새로 바뀐 관세청 직원이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원자제가 일정대로 수급되지 않아서 클라이언트로부터도 클레임을 받고 있는데다, 나름 규모가 큰 계약이어서 회사로서도 잘 헤쳐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병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실행시켰다가 끄기를 버릇처럼 반복했다.

'윙~~'

'아직 더 있어야돼?'

'조부장이아직집에안갔어-_-;;' 송신버튼을 꾸욱 눌렀다.

'윙~~'

'그냥나오면안돼?'

'알잖아미안해어디들어가서밥먼저먹어^^;'

얄미운 김과장은 박연서 대리를 데리고 일찌감치 퇴근했다.

병수는 아직 신참이어서 하늘 같은 상사들이 자리를 지키면 일어날 수가 없었다.

'꼬르륵~'

가장 정확하다는 신체시계는 6시 30분을 넘기면서 고장 난 듯 종을 쳐댔다.

어딘가 전화를 걸던 조부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병수는 황급히 이메일을 켜고 저녁에 들어온 메일을 확인 하는 시늉을 했다.

조부장은 아직 자리에 있는 부하직원들을 둘러보고 사무실을 나갔다.

조부장은 2개월도 안된 신입인 병수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자! 우리도 그만 들어가죠!' 2팀에 있는 최과장이 답답했을 동료들의 속을 달래주었다.

병수는 제빨리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둘렀다.

'지금 나가!' 꾸욱~!

병수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지연은 교문 앞에 나왔다.

한결 서늘해진 바람이 병수의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을 실어갔다.

'미안해 부장이 퇴근을 안해서... 밥은 먹었어?'

'아니 배고파.'

지연은 9시가 넘도록 저녁을 미루고 있었다.

학교 앞에 즐비하게 늘어선 호프집에서 고소한 닭튀기는 냄새가 주린 배를 자극했다.

병수는 지연의 손을 감아쥐고 1층에 자리한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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