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더위다.
어제까지 보름 넘게 내리던 비는 벌써 다 말라 버렸다.
버스 정류장에서 도서관까지는 10분 남짓 걸어야 한다.
아침부터 내리쬐는 태양을 피해 응달을 찾아 걸어보지만, 바라지 않던 땀 한 줄기가 등골을 타고 내린다.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이 옥수수알 처럼 도서관에 자리를 틀고 앉아있다.
도서관 구석에 세워진 에어컨이 작아 보인다.
에어컨과 먼 곳에 앉은 사람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지만 허망한 손놀림일뿐, 더위는 쉽게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왔냐?"
벌써 그 자리에서 3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중인 영태다.
"일찍 나왔네? 오늘 무척 덥다. 어제까진 비좀 그쳤으면 했는데, 비가 그리워 질 것 같아"
가방을 책상에 올려 놓으며 병수가 대꾸했다.
"나와!"
영태는 눈짓을 하며 휴게실로 향한다.
병수는 자판기에서 제일 저렴한 500원짜리 캔커피를 두개 뽑아 들었다.
"신문 봤냐?"
영태가 받아 든 캔커피를 따며 묻는다.
"아니"
"아... 미치겠다. 경남에 9급 경쟁율이 1600:1이래 젠장!"
"뉴스에서 보긴 했는데..."
영태에게는 올해가 서울에서 보는 마지막 나이제한에 걸린 해다.
그런 신문기사 한 줄이 주는 답답함이 클 수밖에 없다.
"개나 소나 만만한 게 9급 공무원이니.. "
"야! 너 올해는 나름 열심히 하고 있잖아. 잘 될꺼야."
둘은 이제는 너무 익숙한 긴 한 숨이 피식 새어나온다.
"엄마, 나 구립에 좀 갔다가 바로 학교로 갈꺼야. 오늘은 많이 늦을 것 같아"
"도서관엔 뭐하러? 학교 도서관 가면 되잖아!"
"아, 지난번에 논문에 쓸 참고자료를 봐 둔 게 있거든! 나 바빠"
샌들에 반바지, 베이지색 면티를 간단히 걸치 듯 입고 가방을 채듯 나선다.
지연의 집은 구립도서관 건물 뒤의 아파트다.
언제든 약속이 없으면 문 닫을때까지 책을 보곤 한다.
"응, 누가 빌려갔네.. 지난주에도 있었는데.."
힘없이 휴게실 문을 열었다.
"아니, 학교 도서관엔 없어"
"어쩔 수 없지.. 기다려보는 수 밖에.. 알았어. 학교에서 보자"
"뚝" 전화를 끊고 자판기에 동전을 넣었다.
몇개의 탄산 음료는 벌써부터 매진에 불이 들어와있다.
'아침부터 녹차'를 뽑아 들고 휴게실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