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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샐러리맨 이야기

인연 - 03

늘 그렇듯이 저녁을 먹은 병수는 영태와 함께 농구를 하고 들어왔다. 땀에 흠뻑 젖은 면티가 몸에 달라 붙었다.

둘은 화장실에서 땀을 씻어내고 나왔다.

머리 끝에서 땀인지 물인지 물방울이 송글 맺혔다가 떨어진다.

열기로 붉게 상기된 얼굴은 한참 있어야 가라앉을 태세다.

자판기에서 게토레이 한 캔을 뽑아 한모금씩 돌려 마신다.

"아까 떨어지다가 삐끗한 발목이 살짝 쑤시네"

병수가 게임중에 착지를 잘 못한 모양이었다.

"울 엄마 친구가 한의원 하는데 가볼래? 나도 가끔 거기서 침 맞는데, 침 맞으면 괜찮아지더라"

"한 두번도 아니고 괜찮겠지..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야겠다."

"야, 파스라도 붙이고 좀 더 있다 가"

오늘은 가뜩이나 싱숭생숭하던 영태다.

"그냥 갈랜다. 좀 남았냐?"

병수가 갈증이 덜 풀렸나보다.

"설마!"

영태는 남은 한 방울마저 탈탈 털어 넣는다.

"아씨.. 쫌만 남기지! 니가 하나 뽑아"

"낼 살께. 주머니에 500원 있어."

"진짜 가야겠다. 다리가 좀 붓는 것 같아."

병수의 얼굴이 찡그러졌다.

병수는 한 쪽 다리를 절며 가방을 싸러 들어간다.

영태는 다른 친구들과 남아있다가 다시 나온 병수와 손인사를 한다.

"낼 보자. 발목 많이 부으면 전화 해! 아침일찍 한의원에 같이 가보자"

"그래 알았어! 열공!"

어느덧 구석진 곳부터 어둠이 제법 찾아들었다.



해가 지구 반대편으로 숨어버려도 한여름 달궈진 기온은 쉬 내리지 않았다.

지연은 이미 젖은 손수건을 꺼내 콧잔등에 맺힌 땀을 닦았다.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도서관 앞에서 잠시 머뭇 거렸다.

'혹시 반납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너무 더운데다 지도교수님도 고향에 내려가셔서 계획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지만, 시계를 보니 이미 사서들은 퇴근 했겠다.

도서관 현관 자판기 앞엔 땀에 젖은 남자들이 다리 사이에 농구공을 끼고 수다를 떨고 있다.

지연은 멈췄던 발걸음을 이어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