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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샐러리맨 이야기

인연 - 03 늘 그렇듯이 저녁을 먹은 병수는 영태와 함께 농구를 하고 들어왔다. 땀에 흠뻑 젖은 면티가 몸에 달라 붙었다. 둘은 화장실에서 땀을 씻어내고 나왔다. 머리 끝에서 땀인지 물인지 물방울이 송글 맺혔다가 떨어진다. 열기로 붉게 상기된 얼굴은 한참 있어야 가라앉을 태세다. 자판기에서 게토레이 한 캔을 뽑아 한모금씩 돌려 마신다. "아까 떨어지다가 삐끗한 발목이 살짝 쑤시네" 병수가 게임중에 착지를 잘 못한 모양이었다. "울 엄마 친구가 한의원 하는데 가볼래? 나도 가끔 거기서 침 맞는데, 침 맞으면 괜찮아지더라" "한 두번도 아니고 괜찮겠지..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야겠다." "야, 파스라도 붙이고 좀 더 있다 가" 오늘은 가뜩이나 싱숭생숭하던 영태다. "그냥 갈랜다. 좀 남았냐?" 병수가 갈증이 덜 풀렸나보.. 더보기
인연 - 02 영태는 어느새 다 마셔버린 캔을 쪽쪽 빨고 있다. "들어가서 공부나 하자!" 병수가 건너편 휴지통에 빈 캔을 던지며 휴게실을 먼저 나갔다. 영태는 답답한 마음에 의자를 두 손으로 짚으며 일어선다. "그래! 들어가서 책이나 보자" "슛~!" "탁! 툭!" '아이씨..' 일부러 문까지 걸어가서 캔을 던져보았지만, 휴지통 테두리에 맞고 떨어졌다. 병수는 조심조심 가방을 열고 책을 꺼내 놓았다. '성격과 직업의 상관관계' 지난주에 2주 기한으로 빌린 책이다. 병수는 한냥대학교 아시아와유럽및아메리카역사문화학과를 4.5점 만점에 3.9점이라는 성적으로 졸업했다. 나름대로 우수한 성적이지만, 웬만한 기업에서 '어서 오세요'하고 받아 줄 만한 인기학과는 아니다. 아직 도서관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 더보기
인연 - 01 찌는 듯한 더위다. 어제까지 보름 넘게 내리던 비는 벌써 다 말라 버렸다. 버스 정류장에서 도서관까지는 10분 남짓 걸어야 한다. 아침부터 내리쬐는 태양을 피해 응달을 찾아 걸어보지만, 바라지 않던 땀 한 줄기가 등골을 타고 내린다.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이 옥수수알 처럼 도서관에 자리를 틀고 앉아있다. 도서관 구석에 세워진 에어컨이 작아 보인다. 에어컨과 먼 곳에 앉은 사람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지만 허망한 손놀림일뿐, 더위는 쉽게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왔냐?" 벌써 그 자리에서 3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중인 영태다. "일찍 나왔네? 오늘 무척 덥다. 어제까진 비좀 그쳤으면 했는데, 비가 그리워 질 것 같아" 가방을 책상에 올려 놓으며 병수가 대꾸했다. "나와!" 영태는 눈짓을 하며 휴게실로 향한다. 병.. 더보기